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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회도서관(DIET LIBRARY) 방문기

by 포럼문화와도서관 2009. 1. 6.

좀 늦었습니다. 사실 기동력도 없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지라 가서 보고 온 것은 많은 데 디카에 들어있는 사진은 달랑 6장이네요(허걱~)
아무래도 저에게는 블로거의 피가 없는 모양입니다.

이번 동경행은 우연히 이루어졌습니다. 번잡하고 피로했던 2008년을 씩씩하게 잘 버텨냈다는 기분으로 제 스스로가 제게 준 일종의 포상이었습니다.

IFLA를 통해 사귄 DIET LIBRARY의 히토미씨로 부터 "동경은 겨우 두 시간이야"라는 재촉에 선뜻 카드로 항공권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12월 21일 부터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3박 4일간 동경에 머물렀습니다.

히토미씨와 남아공 더반에서 만났던 마리(오시마 마리씨라고 이 분 벌써 두 번째 에세이집을 내셨습니다. 첫 에세이집은 - 司書はときどき魔女になる라는 책이고 이번의 에세이집은 司書はふたたび魔女になる라는 책입니다. 번역해 볼까 했더니 너무 좋아하시네요. 흠, 출판사를 어떻게 구하지?)씨를 비롯해 메릴린치와 모건스탠리에 근무하는 사서들인 골드미스 두 분, 그리고 일본국회도서관 조사연구팀의 멤버들... 다들 너무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일본의 국회도서관은 외국어 홍보를 제대로 준비하고 있더군요. 한국어로 된 브로셔와 동영상들로 1차 도서관에 대한 소개를 받고 그 다음은 보존서고, 열람실, 고서보존실 등을 둘러보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일본은 국회도서관이 국가도서관의 역할을 합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사람들은 보존에 대한 인식이 각별해서 도서관의 자료를 절대 대출하지 않고 있더군요. 단지 관내에서 열람하거나 복사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뿐입니다. 복사도 우리처럼 자율적으로 하는 시스템은 아니고 마치 은행창구처럼 복사할 자료에 대한 신청서를 제출하고 번호가 뜨기를 기다려 찾아가는 시스템입니다. 왜 이렇게 하느냐고 물어보니 이용자들이 직접 카피를 하면 아무래도 자료가 훼손되기 쉽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이 두권의 복본을 무기로 대출서비스를 하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었습니다.
이 곳도 역시 18세 이하의 이용자는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좀 놀랐던 것은 도서관내에도 비정규직, 비전공자들이 많았다는 사실... 어디나 도서관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인 모양입니다.

일본국회도서관은 장애인서비스를 특화하고 있는 간사이분관(관서관)과 우에노 공원에 위치한 국제 어린이 도서관을 분관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국제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문학에 대한 전문 정보를 구축하고 있는 도서관이었습니다만 애석하게도 들러보진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참 별로 구경한 것도 없네요)

우리나라처럼 일본 역시 점점 극우화하는 분위기 때문에 많이 심난한 모양입니다. 일본을 휩쓸고 있는 오래된 소설 중에 蟹工船(게공선) 이라는 것이 있답니다. 고문으로 사망한 일본 공산주의 작가 코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 1903~1933) 의 소설인데 최근 일본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어 다들 의아해 하고 있답니다.
이 소설을 봤냐고 해서 못 봤다고 했더니만 기어코 '마루젠(큰 빌딩의 몇 개 층을 점하고 있는 큰 서점입니다.)에 들러 이 문고판 소설을 사주셨습니다. 어찌 읽지 고민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8월에 번역본이 나왔네요.

어쨌거나 가끔씩의 여행은 활력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보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조금 더 지쳐보이네요. 우리가 조금 더 씩씩한 것 같아요. 아자~ 힘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