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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내용/토독회

[서평] 『작가의 수지』 모리 히로시 지음. 북스피어. 2017.

by 포럼문화와도서관 2017. 6. 8.

모리 히로시(2017). 작가의 수지,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이 책의 출간 정보는 보았지만 인터넷 서점의 신간소개로 슬쩍 훑고 넘어가던 때였다. 트위터 타임라인에 모리 히로시라는 인물에 대한 트윗이 여럿 올라왔다. 그와 동시에 모리 히로시가 왜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의 약자. 유명하지 않은 사람을 무시하고 얕보는 칭호)이냐, 트윗한 사람이 모른다는 이유로 이 작가가 듣보잡 취급을 당하느냐는 반응도 많았다. 그제야 모리 히로시가 누구인가 검색할 생각이 들었는데, 검색할 필요도 없이 모든 것이 F가 된다의 작가라는 트윗이 따라왔다. 그 순간 누구를 듣보잡 취급하느냐!’는 말이 혀 끝까지 튀어 올라오더라.

모리 히로시는 일본 추리소설이 한국에 번역되어 나오던 그 초창기부터 번역 출간되던 소설의 작가다. 그 작품은 몇 년 전에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으며 그 몇 년 전에는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그런 시리즈의 작가를 자신이 모르니 남들도 모른다고 취급하면 얼마나 얄팍한 지식인가. 그렇게 비판하는 나도 뒤늦게야 그 모리 히로시라는 것을 깨달았으니 양심이 찔린다.

책 저자가 그 모리 히로시라는 것을 몰랐다고 해도 이 책은 출판사 때문에 어차피 구입할 예정이었다. 출판사 때문에 장바구니에 담으려 하던 때, 다른 출판사에서 모든 것이 F가 된다로 시작하는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10권을 다 출간한 기념으로 박스 세트를 내놓았고 거기에 홀려 구입했다. 시리즈를 구입하고 보니 장바구니에 담으려던 이 책이 그 모리 히로시의 수필이란다. 매번 챙겨 보던 출판사에다 막 구입한 소설 세트의 저자이니 안 살 수 없다. 그리하여 책은 일단 사놓고 보면 언젠가는 읽겠지 하며 미루다가 서평을 위해 뒤늦게 읽고 나서는 박장대소하며 왜 이제야 이 책을 읽었을까 후회하던 참이다.

아주 간단히 이 책을 소개하자면 공대 조교수 출신의 소설가가 자신의 수입 내역을 스프레드시트로 작성하여 일목요연하게 프리젠테이션하고, 자랑하는 논픽션이다.

모리 히로시는 나고야 출신으로 모교의 조교수로 근무하다 2005년 은퇴했다. 그리고 2008년에는 소설가 은퇴 선언을 하고, 지금은 신칸센도 닿지 않는 시골에서 하루 1시간 남짓만 집필하는 은퇴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런 생활이 가능한 것은 은퇴자금이 충분히 모였기 때문이다. 20년간의 집필 생활로 278권의 책을 썼고, 책을 통한 수입은 15억 엔이다. 그리고 그 외에 영화화나 다른 매체화를 통한 수입, 그리고 전자책으로 받은 수입 등을 더하면 대략 20억 엔을 벌었을 것이란다. 원화로 간단히 환산하려면 뒤에 0을 하나 더 붙이면 되니 오늘(510)의 환율로 보면 200억 원이 안 될 것이고, 일주일 전의 환율로는 200억 원하고도 얼마 더 붙을 것이다. 그러니 시골에 땅을 사고 거기서 여유롭게 취미생활을 즐겨도 충분한 자금이다.

제목대로라면 모리 히로시는 수지맞는 직업생활을 보낸 셈이다. 그럼에도 이 작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란다. 맞다. 통계상으로 보면 분명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손꼽히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먼저 떠오르는데,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요시모토 바나나나 히가시노 게이고보다 모리 히로시는 이름이 훨씬 덜 알려진 매니악한 작가다. 그런 작가가 후배들을 위해 아주 친절하게, 작가라는 직업이 얼마나 시간을 투입하고 출판사와는 어떤 계약을 하며 책에 따라 어떻게 다른 계약을 하는지를 설명한 책이 이것이다. 읽다보면 후배소설가들을 위해서 쓴 책이라기보다는 자기 나름으로 지금까지 돈을 얼마나 벌었고 그 흐름이 어떻고 출판사나 다른 공저자와의 계약 분배는 어떻게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밝히기 위해 쓴 책이 아닌가 싶다. , 작가가 자신의 수입 내역에 대해 푸념하듯 쓴 일반 에세이가 아니라, 학자가 추리소설가의 수입 내역 사례 데이터를 확보해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것에 가깝다. 그럼에도 원체 읽기 쉬운 글을 자주 쓰는 사람이라 그런지 학술논문이 아니라 에세이에 가까운 논픽션이 나왔다. 굳이 따지자면 딱 한 명의 데이터를 가지고 쓴 사례 분석이지만 그 내역이 아주 구체적이고 일반화 할 수 있을 내용이다 보니 다른 작가들이나 작가초년생들에게도 충분히 참고가 될 만하다. 오히려 그게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문제가 되었던 모양이다.

책 말미에 실린 마포 김사장(북스피어의 사장 김홍민 씨)의 후기를 보면 적나라하게 작가의 수입 내역을 밝혔다는 이유로 속물이라는 소리도 여러 번 들은 모양이다. 아마 그런 글이 나오든 말든 모리 히로시에게는 별 타격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돈에 대해 초연한 듯 보이는 그런 작가들의 모습이 더 속물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어쩌면 모리 히로시가 추리소설가가 된 계기나 그 수입 내역을 보고 부러운 마음에 도리어 더 괴롭힌 것이 아닌가라는 망상도 들었다. 후기에 소개된 것처럼 거짓말처럼 소설가 데뷔를 하게 되었니 그런 망상은 더더욱 강화된다.

모리 히로시의 데뷔는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읽던 추리소설을 보고 나도 이런 것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해 단번에 소설을 탈고하고 그걸 출판사에 응모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소설 탈고하는데 걸린 시간은 약 일주일. 그리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기까지 네 권 분량의 소설을 더 썼고, 이게 첫 출간작이자 대표작인 모든 것이 F가 된다를 포함한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였단다. 소설을 쓴 가장 큰 이유는 취미생활에 필요한 용돈을 벌기 위함이었으며, 15억 엔 이상을 벌어들인 지금은 본업이건 부업이건 둘 다 은퇴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리하여 책 후반부에 기술한 것처럼 취미생활인 모형 관련 모임 등에는 지금도 가끔 참여하며, 시골 정원에도 11 비율의 모형 철도를 만들어 놓아 즐긴다. 그 외에 차도 좋아한 덕에 여러 대 구입 했다가 보관하기 쉽지 않아 친구들에게 맡겼으며, 지금은 시골에서 정원일과 모형철도에 푹 빠져 지내고 그 날의 일과를 마친 뒤 일과 시간 중에 얻은 아이디어를 약 한 시간의 집필 시간 동안 풀어내는 모양이다.

부럽다. 하지만 그 부러운 생활 뒤에는 대학 조교수로서의 업무와 소설 집필이라는 부업의 균형을 아슬아슬하게 맞춰온 노고가 있었다. 결국 조교수를 먼저 은퇴하고 그 뒤에 소설도 은퇴하였지만 그 간의 자기 관리 노력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번역된 소설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를 보면 자전적 소설이 아닐까 싶은 정도로 공대에서의 생활이 책에 녹아 있다. 거기에 수필집 고독이 필요한 시간도 은둔자 기질이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런 걸 보면 20년이나 사회생활을 해온 것이 자신의 성격이나 성질을 억누르고 해온 것이니 그만한 보상은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수입 내역을 통해 작가가 벌어들이는 수입과 지출의 내역을 보여주며, 예기치 않은 곳에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며, 이게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책을 써오고 출간한 덕인가 싶다. 남은 분량이 줄어드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던 오랜만의 즐거운 책이었다.


전곡중학교 사서교사 김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