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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내용/토독회

[서평]우라야스 도서관 이야기 / 다케우치 노리요시 지음

by 포럼문화와도서관 2017. 5. 8.

도서관장이 알아야할 거의 모든 것

우라야스 도서관 이야기(다케우치 노리요시 지음, 도서관운동연구회 옮김 / 한울, 2002)

 

 

우라야스(浦安)는 도쿄와 지바현의 경계에 위치한 작은 해안 어촌 마을이었다. 1969년 도쿄로 통하는 지하철이 개통되고 바다를 매립하여 조성한 신시가지를 중심으로 인구 유입이 늘어나면서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1981년 시로 승격하였고, 1983년 디즈니랜드 개장과 인근에 대형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우라야스는 도쿄의 위성도시로 급성장하게 된다. 시 승격을 앞둔 1980년 우라야스는 새로운 도서관 건립 계획을 수립하였고, 지역 주민들은 이런 도서관을 바라는 모임이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어 주민 중심의 도서관’, ‘어린아이에서 노인까지 자유롭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건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저자인 다케우치 노리요시는 당시 우라야스가 속한 지바현의 현립중앙도서관, 우리나라로 치자면 지역대표도서관에서 10년을 일한 중견 사서로 중앙도서관장의 추천을 받아 우라야스 시립도서관 초대관장으로 취임한다. 이 책은 신도시의 새로운 공공도서관 건립을 준비하는 신참 도서관장의 좌충우돌 경험담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우라야스 도서관 건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가 1981년이니 지금으로부터 약36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저자가 건립과정에서 경험하고 고민하는 바는 지금 우리나라의 도서관상황과 놀라울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를 자아낸다. 타케우치 관장이 취임한 시기가 기본 설계 검토를 마치고 실시설계로 넘어가는 시점이었는데, 당시 일본에서도 도서관이 건립되기 전부터 관장을 채용한 사례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부분이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도서관과 지역서점간의 상생 문제에 대한 고민하는 모습들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공부방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다루고 있다. 공부방 좌석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시의원의 질의에 대해 관장은 도서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극히 일부 이용자보다 불특정 다수 사람들의 독서 의욕을 채우기 위해 한권이라도 더 많은 책을 둘 수 있도록 할애하겠다고 당당하게 답변한다. 그러면서 도서관을 방문한 한국도서관협회 엄 회장(역대 한국도서관협회장 가운데 성이 엄씨인 분이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초대 사무국장을 지내고, 당시 대한도서관연구회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던 엄대섭 선생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의 말을 인용하는데 당시 한국 도서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 한국의 공립도서관은 학습관이라고 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좌석관리가 역할이어서 일을 할 의욕도 없고, 아주 무능력한 사람이 머무는 직장이 되어버렸고 한다.”

도서관에 전문직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문제제기, 시민 모임과의 관계, 도서관의 민간위탁, 침묵을 강요하는 도서관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으로서의 도서관, 시장 불러오라는 막무가내 이용자 응대, 불필요한 직원이 너무 많다는 악성 민원에 대한 답변 등 오늘날 우리나라 도서관장들이 한번쯤 겪어 봤음직한 고민들을 하나하나 상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지역의 중앙도서관 관장으로서 개별 도서관 운영뿐만 아니라, 우라야스를 시민 누구나 걸어서 10분 이내에 도서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도서관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가는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관장과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개관 후 우라야스 도서관은 시민 1인당 도서구입비가 1,300엔으로 일본에서 처음으로 네 자리수를 돌파한 도서관이 되었으며, 1인당 대출 권수도 10권을 넘어 전국적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게 된다. 개관 1년 만에 시민의 절반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소학교, 중학교 학생의 가입 비율은 무려 89%에 달하게 된다. 1985년에는 제1회 일본도서관협회 우수도서관건축상도 수상한다. 도서관의 성과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경제적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해서 홍보함으로써 여러 언론을 통해 널리 전파하는 마케팅 능력도 탁월하다.

새로운 도서관 개관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도서관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사서에게는 따뜻한 위안과 동지로서의 격려를 전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후기에서 이 책을 도서관 근무자보다는 오히려 일반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 현장에서 노력하는 사서의 고군분투를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다. 하여튼 현재 공공도서관 관장인 사람과 앞으로 관장이 되길 희망하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할 책인 것만은 분명하다.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송재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