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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내용/열수다

제13회 포럼 열수다 "도서관 문화 프로그램, 이대로 갈 것인가" 후기

by 포럼문화와도서관 2015. 9. 6.

 

(사진 촬영: 곰달래도서관 김보일 관장님)

 

 

이번 열수다는 성북문화재단의 도서관본부장을 맡고 계신 이진우 관장님이 도서관 문화 프로그램을 주제로 강연하셨습니다.

강연에서는 공공도서관의 발전사와 그에 따른 도서관 문화 프로그램의 시작, 그 문제점, 그리고 도서관과 사서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도서관에 근무하는 참석자들의 경험담과 비판, 지적, 자성 등의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먼저 강연 내용부터 정리해봅니다.

 

-도서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좋은 편입니다. 여러 설문조사에서도 시민들은 도서관의 증가와 확충을 반가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80년대의 폐가제에서 개가제로의 전환, 90년대의 도서관이 입관료 폐지를 하면서 도서관은 열린 공간이 됩니다.
-2000년대 들어서 지식정보사회가 강조되며 독서의 중요성이 부각됩니다. 이 때부터 책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이나 TV 프로그램인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와 같은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의 문화 프로그램이 시작되어 공부하는 독서실이었던 도서관의 풍경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현재는 도서관뿐만 아니라 여러 단체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도서관도 이전보다 더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이는 프로그램의 수나 참여자에 따른 평가에 따라 도서관의 성과를 보이기 위한 이유가 큰 역할을 차지합니다. 프로그램의 목표나 목적이 명확하지 않고 이를 제대로 달성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지표도 찾기 어렵습니다.
-중구난방이며 도서관 본연의 목적을 담고 있지 못한 방만한 프로그램을 덜어내고 정보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용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적극적인 정보서비스를 시작하는 거죠. 그러니 과포화상태인 도서관의 많은 문화 프로그램 중 무엇을 버리고 또 무엇에 집중할지 생각해봅시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토론에서는 여러 도서관의 여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번 열수다에서는 초보 사서와 중견 사서, 그리고 베테랑 사서들이 모여 각자의 입장에서 본 프로그램 기획과 정보서비스, 사서의 전문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그 속에서 도서관이나 사서가 없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더불어 프로그램에서 도서관 자료를 사용하고 프로그램 종료 후 나온 여러 자원을 다시 도서관 자원으로 축적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도서관 조직 구조 상 성과에 집착하여 타 기관이나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베껴 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도서관의 평가를 독서동아리 몇 개, 야간 운영하기 등의 외적인 부분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사서는 문화 프로그램의 진행자이고 도서관의 자료에 대한, 도서관이 가진 정보에 대한 전문가로의 인식과는 멀어집니다.
-그렇게 프로그램 운영에 매몰되면서 자기 개발할 시간과 여유는 더더욱 줄어듭니다. 또한 사서가 문화 프로그램의 강사가 될 수도 있지만 자리를 비우는 사이 동료에게 업무가 몰리는 것을 우려하기도 합니다.
-사서가 프로그램 운영 전문가라는 시점으로 접근하면 거꾸로 행정가들이 도서관에 문화 프로그램의 전문가인 예술가나 문학박사, 프로그램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칩니다.
-사서 본연의 업무인 장서개발이나 정보서비스에 집중해서, 도서관 전문가들을 위한 KDC나 주제키워드를 이용자가 알기 쉬운 언어로 바꿔서 게시하니 반응이 좋았습니다. 시사를 반영한 특정 키워드에 대한 정보, 이와 관련된 도서관 자료를 게시했더니 사서와 이용자가 커뮤니케이션하는 통로가 되고 관련 대출도 늘었습니다.
-도서관은 이용자의 요구를 반영하니 도서관과 사서가 주도권을 가진다면 그 어떤 것을 하든 관계가 없지 않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또 프로그램에 사서의 역량을 불어 넣어 창의력 있게 바꿔도 되고, 장서와 연결짓는 작업을 하고, 다른 기관과의 차별성을 두되 지나치게 프로그램에 매몰되지 않도록 해야겠지요.
-더불어 대학에서는 사서를 정보전문가라고 하여 가르쳐 내보내지만 실무에 들어가면 프로그램 기획자가 되어 정체성을 잃는 일이 많습니다.
-도서관이 큰 목적과 큰 비전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문화 프로그램에 휘둘리는 일도 없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런 비전을 사서 개인이 만들기는 어렵고, 공동 작업을 통해 비전과 방향에 대한 여러 모형을 만들어 내고 그 안에서 준비하면 좋겠지요. 대신 사서도 지역 사회에서 도서관이 가진 위치와 철학에 대해 더 공부해야 할 겁니다.
-큐레이터들이 그렇듯 많은 사람들과 많은 전문가를 만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견문을 넓히고 도서관의 인적 자원을 늘리는 것이니까요.
-사서의 전문성은 지역사회의 정보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서비스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전문성은 키워지는 것이니 대학에서 자격을 갖추더라도 그 뒤에 현장에서 정보서비스에 대한 전문적인 훈련을 해야겠지요.
-사서가 무엇인가가 중요하고 사서의 전문성을 기억하고 잃지 않으면 무엇이든지 사서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강연과 토론에서 있었던 여러 의견들을 두서 없이 정리했습니다.


여러 모로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행사와 프로그램에 대해 돌아볼 좋은 기회였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행사가 과연 적절한 목표와 비전을 가졌는지, 그것이 도서관이나 모기관의 비전이나 목표와 연결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영혼 없이 그럴듯한 말을 끄적인 것은 아닌지. 당장 월요일에 돌아가면 다시 한 번 찬찬히 곰씹어 볼 생각입니다.